2023년에 방영한 40부작 로맨스 현대극 ‘거유풍적지방: 바람이 머무는 곳(去有风的地方 | Meet Yourself)’은 자극적인 전개도, 강렬한 반전도 없는데 계속 보게 되는 중국 드라마다.
‘거유풍적지방’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아주 조용하게 던진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동안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다.
줄거리: 바쁘게 살던 인생, 잠시 멈춘 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
베이징의 5성급 호텔에서 완벽하게 일하는 쉬홍더우(유역비)의 삶은 늘 바쁘고 빈틈이 없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친구의 죽음이 그녀의 모든 걸 멈추게 만든다. 쉬홍더우가 도망치듯 떠난 곳은 중국 운남성의 작은 마을 ‘윈먀오촌’이다.
그녀가 머무르게 된 ‘유풍소원’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셰즈야오(이현)라는 남자를 만난다. 도시에서 성공한 투자자지만 그는 고향을 살리기 위해 돌아온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타오르지 않는다. 대신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천천히 스며든다. 그 과정 속에서 홍더우는 깨닫는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
쉬홍더우(유역비)X셰즈야오(이현): 현실적인 어른들의 로맨스
• 쉬홍더우(유역비)
쉬홍더우는 겉으로는 완벽하지만 속은 텅 비어버린 현대인의 전형이다. 일 잘하고 책임감 있지만 감정 표현은 서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그녀의 변화는 극적이지 않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달라진다. 그 과정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 셰즈야오(이현)
잘생긴 셰즈야오는 도시의 성공 대신 시골의 가능성을 택한 사람이다. 이상주의자 같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기다릴 줄 아는 남자라는 점이다. 쉬홍더우를 붙잡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게 둔다. 이 한 가지로 캐릭터의 깊이가 완성된다.
서브 캐릭터: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들
‘거유풍적지방: 바람이 머무는 곳’이 특별한 이유는 조연들 때문이다. 정말 과장 없이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 같다.
린나(호빙경)는 악플에 상처받은 음악 크리에이터로 현실 도피 끝에 다시 삶을 마주한다. 저우칭텐(마몽유)은 사람을 피하던 은둔형 작가에서 조금씩 세상으로 나온다. 마치우산(도송암)은 실패한 사업가지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찾는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건 마을 사람들이다. 특히 셰할머니(오언주)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다. 이 드라마에는 ‘나쁜 사람’이 거의 없다. 대신 각자 상처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시청 포인트: 왜 ‘거유풍적지방: 바람이 머무는 곳’이 힐링 명작인가?
① 느린 전개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느리다. 하지만 이 느림이 단점이 아니라 몰입 장치가 된다.
② 대사의 힘이다. 자극적인 사건 대신 사람들의 대화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평범한 말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③ 압도적인 풍경이다. 운남성의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 자체가 치유의 요소다.
④ 현실적인 관계성이다. 연애도 우정도 가족도 모두 현실 속 속도로 흘러간다. 그래서 더 공감된다.
표절 의혹: 한국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의 유사성 논란
‘거유풍적지방: 바람이 머무는 곳’은 방영 당시부터 한국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2021)’를 표절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공통점은 도시 여성 + 시골 남성 로맨스 구조, 마을 중심 서사, 남주의 ‘만능 해결사’ 캐릭터 등이다. 이 때문에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2023년 제18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 장편 부문 작품상 수상 이후 논란이 더 커졌다. 공식적인 법적 분쟁이나 판결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표절 의혹 작품에 상을 주는 촌극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수상은 한국 콘텐츠 보호 실상의 현주소를 본 것 같아 씁쓸함을 남긴다. 결국 현재 기준에서는 ‘유사성 논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장극에서 자주 거론되는 ‘동북공정’을 비롯하여, 한국의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베끼는 중국의 표절 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결론: 마음이 정리되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의 유사성 논란은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정리되는 드라마다. 느리게 전개되기 때문에 빠른 전개, 자극적인 스토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초반엔 조금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 내가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보고 나면 ‘나도 잠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 감동도 과한 메시지도 없이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여서 더 오래 남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난 후 '갯마을 차차차'도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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