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에 방영한 20부작 로맨스 현대극 ‘아재대학수문물: 나는 대학에서 문화재를 수리한다(我在大学修文物 | Glaze of Love)’는 요즘의 자극적인 작품들과 확실히 결이 다르다.
잔잔하고 큰 사건이 없는데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작품이다. 도자기 복원이라는 독특한 소재 위에 서툴고 조심스러운 사랑과 성장 이야기를 천천히 쌓아 올리며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줄거리: 깨진 도자기처럼 서로를 이어 붙이는 이야기
중국 도자기의 도시 '경덕진'을 배경으로 문화재 복원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쉬샤오(뢰위명)는 유물 복원 명가에서 태어난 천재다. 그는 냉소적이고 타인과 거리를 두는 인물이다. 자오샤오천(주익여)은 몸이 약하고 사회성이 부족하며 어머니의 통제 속에서 살아온 소심한 학생이다.
이 두 사람은 같은 과에서 만나 팀 과제를 계기로 점점 가까워진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기만 했던 관계가 도자기를 하나씩 복원하듯 천천히 이어진다.
‘아재대학수문물: 나는 대학에서 문화재를 수리한다’의 흐름은 빠르지 않다. 대신 감정이 쌓이는 과정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바로 말하지 못한 채 오해하고 또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이 실제 대학 시절의 연애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오래 남는다.
쉬샤오(뢰위명): 까칠한 천재에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쉬샤오는 전형적인 능력형 남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처가 깊은 인물이다. 가족사로 인해 타인을 쉽게 믿지 못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자오샤오천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여전히 무뚝뚝해도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디테일하다.
버스를 일부러 한 정거장 더 타고 가서 같이 내려준다든지, 약 먹기 힘들어하는 그녀를 위해 사탕을 챙긴다든지 하는 등의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서 캐릭터가 살아난다. 특히 고백 장면에서 보여주는 담담한 진심은 이 드라마의 핵심 장면 중 하나다. 과장 없이 확실하게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자오샤오천(주익여): 답답함을 넘어 ‘성장’으로 완성되는 캐릭터
초반 자오샤오천은 솔직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항상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 반복돼서다. 하지만 이 캐릭터의 진짜 매력은 ‘변화’에 있다. 그녀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스스로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특히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나눠 끼고 마음을 정리하는 장면,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고백하는 장면은 이 캐릭터의 전환점이다. ‘아재대학수문물: 나는 대학에서 문화재를 수리한다’는 화려한 성장 서사가 아니라 아주 작은 용기 하나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드는지 보여준다.
서브 캐릭터: 과하지 않아서 더 현실적인 주변 인물들
서브 캐릭터들도 튀지 않게 현실적인 역할을 한다. 남주 쉬야오를 짝사랑하는 과대표 린웨신(왕교희), 린웨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박물관 해설사 치이(진성형), 조용히 조언을 건네는 선배, 은근히 웃음을 주는 알바 가게 사장까지 이들은 극적인 갈등을 만들기보다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비추는 역할에 가깝다.
특히 자오샤오천의 어머니는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축이다. 지나치게 통제적인 모습은 답답함을 주지만 그 역시 딸을 향한 불안에서 비롯된 사랑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마지막에 모녀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감정 포인트다.
시청 포인트: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
① 독성이 없다. 억지 오해, 자극적인 삼각관계, 갑작스러운 이별 같은 전형적인 클리셰를 최대한 배제한다. 대신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다.
② ‘문화재 복원’이라는 소재다. 도자기를 깨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과 정확히 맞물린다. 사각사각 들리는 복원 소리는 ASMR처럼 느껴져서 잔잔한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영상미 역시 한 폭의 그림처럼 차분하고 아름답다.
13~14화 구간은 감정이 가장 깊어지는 구간이라 탈주하지 말고 참고 보길 권한다. 초반이 조금 느리더라도 여기까지 가보면 결말까지 무리없이 볼 수 있다.
결론: 조용한데 오래 남는 드라마
‘아재대학수문물: 나는 대학에서 문화재를 수리한다(我在大学修文物 | Glaze of Love)’는 조용하고 단단하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끝까지 보면 왜 이 이야기가 필요한지 이해하게 된다. 관계도, 감정도, 성장도 모두 ‘천천히’ 완성되는 드라마다. 큰 사건 없이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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