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로맨스의 품격, ‘몽화록’이 특별한 이유
2022년 6월에 방영한 로맨스 고장극 ‘몽화록(梦华录 | A dream of splendor)’은 방영 당시 유역비의 드라마 복귀작이라는 점만으로도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단순히 유역비, 천샤오 등 스타 캐스팅 때문에 사랑 받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작품은 로맨스를 중심에 두되, 여성 서사와 성장, 연대, 자립이라는 메시지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달달한 로맨스 고장극’을 기대하고 들어왔다가 어느새 세 여인의 인생 서사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줄거리: 항주 찻집에서 경성 최고 상점으로
이야기는 항주에서 찻집을 운영하던 조반아(유역비)가 약혼자 구양욱(서해교)의 배신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구양욱은 과거 급제를 위해 조반아를 이용하고 출세 후에는 명문가 여식과 혼인을 택한다. 조반아는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경성으로 향한다. 그 길에서 만난 인물이 바로 황성사의 지휘관 고천범(천샤오)이다.
냉혹한 권력의 상징처럼 보이던 남자와 몰락한 집안 출신의 여성 상인은 첫 만남부터 오해와 긴장으로 가득하지만 사건을 함께 겪으며 점점 서로의 진짜 모습을 알아간다. 여기에 손삼랑(류엔), 송인장(임윤)이라는 두 여인이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여성들이 서로를 구하고 함께 살아남는 서사로 확장된다.
찻집을 다시 일으키고 주루를 열고 온갖 방해와 차별을 뚫고 경성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치열하다. 정치적 음모와 ‘야연도’를 둘러싼 권력 다툼까지 얽히며 로맨스와 서사가 균형 있게 흘러간다.
조반아X고천범: 가장 어른스러운 사랑
조반아X고천범의 관계는 빠르게 불타오르기보다 서서히 스며든다. 오해로 멀어지기도 하고 현실 앞에서 주저하기도 하지만 감정의 결이 성숙하다. 그래서 키스신이나 스킨십보다도 대화 장면이 더 설레는 커플이다.
• 조반아(유역비)
지나치게 순수하지도, 무조건 강하지만도 않다. 자존심이 강하고 복수심도 있으며 계산적일 만큼 현실을 잘 안다. 하지만 동시에 차와 예술을 사랑하고 사람을 쉽게 버리지 않는 따뜻함을 지녔다.
유역비는 이 복합적인 캐릭터를 과하지 않게 표현해 낸다. 화려한 미모보다 눈빛과 태도로 인물을 설득 시키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 고천범(천샤오)
‘살아있는 염라’라 불릴 만큼 냉정한 황성사 지휘관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처 많고 책임감 강한 인물이다. 권력 안에 있으면서도 그 논리에 완전히 물들지 않은 남자다.
천샤오는 이중적인 매력을 눈빛 하나로 설득한다. 조반아를 바라볼 때 드러나는 미묘한 흔들림과 보호 본능은 이 로맨스의 핵심이다.
서브 커플·조연 캐릭터의 힘
• 손삼랑(류엔)X두장풍(장효겸)
손삼랑은 가정에 상처받은 여성의 재기를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두장풍과의 로맨스는 서툴지만 따뜻하고 그래서 더 마음에 남는다. 손삼랑이 주도권을 쥔 관계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 송인장(임윤)
송인장은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미숙하다. 인정 욕구가 강해 여러 번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녀의 성장 역시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이 된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현실적인 인물이다.
• 지반/지아내(대욱)
지반은 초반에는 얄미운 방해꾼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소 과장된 코믹함이 호불호를 타긴 하지만 무거워질 수 있는 서사에 숨을 틔워주는 존재다.
• 그 외 조연들
진렴(관운봉)과 갈초제(리무천) 같은 조연들도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채운다.
시청 포인트: 왜 정주행하게 될까?
‘몽화록’의 가장 큰 매력은 ‘보는 맛’과 ‘느끼는 맛’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다. 고장 의상과 미술, 차 문화와 예술 퍼포먼스는 화면을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찻집과 주루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아이디어와 연출은 단순한 장사 이야기를 넘어 하나의 쇼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는 여성 서사의 균형이다. 이 작품은 남자를 이겨야만 성공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서로 돕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다. 로맨스는 그 위에 자연스럽게 얹혀 있다.
물론 중반부의 오해 구간이나 정치 서사가 다소 길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후반부 감정의 밀도가 살아난다. 끝까지 보고 나면 왜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여운이 길다”라고 말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결론: 고장극 입문자도, 로맨스 덕후도 만족할 선택
‘몽화록(梦华录 | A dream of splendor)’은 자극적인 전개로 승부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대신 인물의 감정과 선택을 차분히 쌓아 올린다. 유역비X천샤오의 케미는 말할 것도 없고, 세 여성의 연대 서사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정주행을 마치고 나면 화려한 경성의 꿈보다도 ‘저렇게 살아도 괜찮겠다’라는 묘한 용기를 얻게 된다. 로맨스 고장극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단순한 사랑 이야기 이상의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몽화록’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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