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 빠져드는, 이상하게 설득되는 첫 만남
2019년 8월에 방영한 24부작 로맨스 중드 ‘아적린거수불착: 내 이웃은 불면증(我的鄰居睡不著 | My Neighbour Can't Sleep)’은 제목부터 살짝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로맨스 제목과는 너무 안 어울려서다.
초반 줄거리는 이렇다. 대학 합격 발표를 기다리며 이모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 쑹미도(진이형)는 술김에 옆집으로 넘어가 침대에서 잠들어 버린다. 심각한 불면증을 앓던 피아노 천재 시쑹(왕자흠)은 그날 처음으로 깊은 잠을 잔다.
말도 안 되는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이 장면 하나로 두 사람의 관계 방향은 이미 정해진다. 현실성보다 감정의 흐름을 택한 선택이 의외로 잘 먹힌다. 이 드라마는 이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면서도 가볍게 웃으며 넘어가게 만든다.
쑹미도(진이형): ‘아적린거수불착’의 심장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쑹미도다. 대학 입시 결과를 앞둔 19살, 철없고 눈치도 없는 것 같지만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용감하다. 피아노 대신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 좋아하면 숨기지 않고 직진하는 태도, 불리한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진이형이 연기한 미도는 엄청나게 귀엽다. 일부러 귀여운 척을 하지 않아도 표정 하나, 말투 하나가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든다. 혼자 음악을 틀어놓고 인생 비극 주인공처럼 독백하거나, 겁에 질려 잠옷을 몇 겹씩 껴입는 장면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다. 그래서인지 여주의 통통 튀는 귀여움만으로도 끝까지 보게 되는 드라마다.
시쑹(왕자흠): 고요한 피아노 천재, 알고 보면 꽤 치밀한 남주
시쑹은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차가운 천재형 남주다. 말수 적고, 표정 변화도 적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을 때만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는 꽤 계산적이고 놀랄 만큼 섬세하다.
쑹미도를 자신의 ‘수면제’로 곁에 두려는 계략부터 그녀가 흘린 말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까지 시쑹은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할 뿐 무심한 사람은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그 누가 반대해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가장 큰 순간에 그녀를 지켜주는 선택을 한다.
왕자흠의 연기는 살짝 어색하고 담담하지만 이 캐릭터에는 오히려 그런 어색함과 담백함이 잘 어울린다. 게다가 처음엔 잘생긴 얼굴로 보이지 않았는데 보다보면 잘생겨 보인다.
조연들의 존재감
‘아적린거수불착’이 편안한 이유 중 하나는 조연들이 선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쑹미도를 좋아해 온 루이여우(설성)는 질투 유발용으로 소비되지 않고 끝까지 좋은 친구로 남는다. 샤오미(양가) 역시 쑹미도의 현실적인 고민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에 가깝다.
시쑹의 매니저 량거(마설양)와 가정부 구아줌마(가서이)가 시쑹을 위해 쑹미도와 갈라 놓으려고 하고, 어릴 적부터 시쑹을 짝사랑하며 함께 자란 첼리스트 쑤리(곽희문)가 어이없는 스캔들을 터뜨리지만 극을 망가뜨릴 정도로 과하진 않다.
쑹미도의 엄마(장맹)와 아빠(로정)는 이 드라마의 숨은 재미 포인트다. 시쑹의 열혈 팬클럽 회장이자 부회장으로 딸의 연애 상대가 시쑹이라는 걸 알고는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계속 웃음을 유발한다.
빠른 호흡, 짧은 회차가 만든 장점
총 24부작, 회당 25~30분의 중드라서 서사가 늘어지지 않고 갈등은 생기면 비교적 빠르게 정리된다. ‘서로를 위해 헤어진다’ 같은 고구마 전개도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몰아서 보기에도 좋고 주말에 가볍게 보기에도 적당하다.
각 회차 초반에 들어가는 짧은 플래시백 연출도 인상적이다. 같은 장면을 시쑹의 시점으로 다시 보여주면서 그가 이미 얼마나 쑹미도에게 마음이 가 있는지를 은근히 드러낸다. 이 작은 장치 덕분에 로맨스의 밀도가 한층 높아진다.
이런 분들께 추천
‘아적린거수불착: 내 이웃은 불면증(我的鄰居睡不著 | My Neighbour Can't Sleep)’은 깊은 메시지를 주는 작품은 아니다. 현실과 비교하면 이상적인 설정도 많고 우연이 겹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걸 숨기지 않는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달콤한 작품이 되겠다는 목표에 충실하다.
복잡한 정치 싸움, 과한 삼각관계, 끝없는 오해에 지쳤다면 이 드라마가 잘 맞을 것이다. 간질간질한 기분으로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청춘 로맨스를 보고 싶은 날에 특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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