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에 방영한 ‘재폭설시분: 우리가 만난 겨울(在暴雪時分 | Amidst a Snowstorm of Love)’은 겨울에 어울리는 로맨스를 찾고 있는 분이거나 달달함과 성숙한 관계, 잔잔한 성장 서사가 함께 있는 중드를 원한다면 꽤 확실한 선택이다.
이 드라마는 방영과 동시에 입소문을 타며 ‘겨울 힐링 로맨스’, ‘역대급 그린플래그 남주’라는 키워드로 회자된 작품이다. 오뢰X조금맥이라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 조합, 핀란드 설경이라는 감각적인 배경, 그리고 당구라는 비교적 신선한 스포츠 소재까지 더해져 30부작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감이 좋다.
줄거리: 폭설이 이어준 인연, 그리고 다시 시작된 꿈
이야기는 핀란드 헬싱키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던 밤에서 시작된다. 한때 중국 스누커계의 천재였지만 불명예스러운 사건 이후 은퇴하고 핀란드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린이양(오뢰)은 재즈 클럽 앞에서 숙소를 잡지 못해 전화를 걸고 있던 인궈(조금맥)를 보게 된다.
말 한마디 섞기 전부터 시작된 호기심과 끌림으로 린이양은 인궈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이 드라마의 로맨스는 요란하지 않다. 대신 눈빛과 행동, 사소한 배려가 감정을 쌓아간다.
인궈는 나인볼 국가대표급 유망주로 가족 모두가 스포츠와 깊게 연결된 집안 출신이다. 두 사람은 핀란드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린이양의 숨겨진 과거와 상처가 드러나면서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인궈의 중국 귀국 이후 장거리 연애, 린이양의 선수 복귀, 다시 중국 무대로 돌아온 이후의 성장과 도전까지 사랑은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의 삶을 밀어주는 동력이 된다.
린이양(오뢰)X인궈(조금맥): 설레는 케미스트리
• 린이양(오뢰): 현실 그린플래그 남주
요즘 기준으로 봐도 거의 교과서적인 그린플래그 남주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이고, 상대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인궈의 성취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며 늘 한 발짝 뒤에서 지지한다. 오뢰는 이 캐릭터를 과장 없이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눈빛 하나, 멈칫하는 손동작 하나에도 감정이 실려 있다.
특히 인상적인 건 린이양의 변화다. 과거에는 재능에 대한 자만과 미숙함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렸던 인물이지만 사랑과 동료, 스승과의 재회를 통해 조금씩 단단해진다. 이 과정이 빠르지도, 억지스럽지도 않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완벽해서 사랑받는 남자’가 아니라 배워가며 사랑하는 남자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 인궈(조금맥): 조용하지만 단단한 당구 여신
보호받는 여주와 거리가 멀다. 사랑 앞에서는 수줍고 조심스럽지만 당구대 앞에 서면 누구보다 강단 있는 선수다. 조금맥은 이 이중적인 매력을 과하지 않게 표현한다. 작은 표정 변화와 말투,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인궈는 린이양의 상처를 고쳐주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옆에 있어 준다. 그가 다시 선수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망설임 없이 “응원하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관계관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의존이 아닌 동반자, 희생이 아닌 선택이기에 이 커플은 설득력이 있다.
조연 캐릭터들: 이 드라마가 편안한 이유
‘재폭설시분’이 눈에 띄는 건 악역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갈등은 있지만 불필요하게 감정을 소모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끝까지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다.
• 멍샤오동(왕성월)
인궈의 사촌오빠로 천재적인 스누커 선수다. 차갑고 엄격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의리 있고 따뜻한 인물로 린이양의 복귀를 가장 진심으로 기다린다. 라이벌이자 친구, 그리고 든든한 가족으로서의 포지션이 명확하다. 린이양과 인궈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 장양(진정가)
린이양의 형 같은 존재로 스누커 선수다. 린이양의 복귀를 원하며 말수는 적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지의 상징이다.
• 오위(동자범)
나인볼 선수로 린이양의 복귀를 바란다. 린이양의 곁을 조용히 지키는 친구로서 린이양의 상처와 고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린이양이 인궈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 멍샤오티엔(왕가선)
멍샤오동의 동생이자 인궈의 사촌동생이다. 분위기 메이커이자 공식 ‘1호 커플 지지자’로 극 초반의 온도를 확 끌어올린다. 인궈가 린이양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곤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린이양을 매형이라고 부른다.
연출과 분위기: 겨울 감성 끝판왕
핀란드, 프랑스, 중국을 오가는 로케이션은 ‘재폭설시분’의 큰 장점이다. 특히 초반 핀란드 설경은 그 자체로 분위기를 만든다. 눈 내리는 거리, 따뜻한 조명, 조용한 재즈 클럽 등 마치 한 편의 겨울 영화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OST와 잔잔한 BGM이 더해져 전체 톤이 안정적이다.
당구 경기 장면 역시 생각보다 몰입감이 높다. 룰을 몰라도 긴장감이 전달되고 배우들이 실제로 훈련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진다. 스포츠 드라마이면서도 로맨스의 결을 해치지 않는 균형이 좋다.
시청 포인트: 이런 분들께 추천
‘재폭설시분’은 자극적인 전개를 기대하는 분보다는 관계의 디테일과 감정의 흐름을 즐기는 분에게 잘 맞는다. 고구마 같은 오해, 삼각관계, 과도한 갈등이 없다. 대신 눈 맞춤, 손끝, 기다림 같은 순간들이 이야기를 이끈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는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플롯은 바로 그 ‘사이의 감정’에 있다.
결론: 폭설이 지나고 남는 온기
‘재폭설시분: 우리가 만난 겨울(在暴雪時分 | Amidst a Snowstorm of Love)’은 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사랑이 이렇게 조용히, 단단하게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고, 달달하지만 가볍지 않다. 겨울밤 이불 덮고 보기에 좋은 로맨스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은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폭설이 지나면 햇살이 온다. 그리고 그 온기는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이 드라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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