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에 방영한 로맨스 고장극 ‘축옥: 옥을 찾아서(逐玉 | Pursuit of Jade)’는 계약결혼·선결혼후연애·정략결혼·복수·전쟁·정치 음모까지 고장극 장르의 매력을 한데 모은 대작이다.
처음에는 눈 덮인 작은 마을에서 시작하는 잔잔한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권력과 복수, 전쟁과 사랑이 뒤섞인 거대한 서사로 확장된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서로를 구원하는 두 사람의 성장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줄거리: 눈보라 속에서 시작된 운명적인 만남
이야기의 시작은 꽤 강렬하다. 부모를 잃고 어린 동생을 돌보며 돼지를 잡는 도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번장옥(전희미)은 어느 날 눈보라 속에서 죽어가던 남자를 발견한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를 업어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언정(장릉혁)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정체는 전쟁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진 무안후 사정이다. 사정은 과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다 권력 세력에게 쫓기고 있었고, 신분을 숨긴 채 장옥의 집에 머물게 된다.
번장옥은 또 다른 위기에 처해 있다. 가문의 재산을 노리는 친척 때문에 집을 지키려면 데릴사위를 들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위장 결혼을 선택한다. 처음에는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함께 사건을 겪고 서로를 지켜주면서 감정은 점점 진짜가 된다.
하지만 그 사랑은 평온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전쟁이 시작되고 사정은 다시 무안후라는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가 전장으로 향한다. 번장옥 역시 가족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칼을 들고 전쟁터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전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17년 전 사건의 진실, 황실 권력 다툼, 복수와 정치 음모로 확장된다.
남주 사정(장릉혁): 차가운 장군에서 사랑하는 남자로
사정은 ‘축옥: 옥을 찾아서’의 중심을 잡는 캐릭터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원수일지도 모르는 외삼촌 위엄(엄흘관) 밑에서 자라며 살아온 인물이다.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며 성장한 탓에 냉혹하고 철혈 같은 장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번장옥을 만나면서 그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그저 은혜를 갚기 위해 그녀를 돕던 남자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옥을 향한 감정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깊어진다.
특히 장릉혁이 보여주는 서늘하면서도 애틋한 눈빛 연기는 이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평소에는 냉정한 장군인데 장옥 앞에서는 무너지는 순간들이 정말 인상적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사정의 복수 서사다. 그는 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찾기 위해 움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원수라고 생각했던 사람조차 사실은 또 다른 피해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정은 단순한 복수자가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장군으로 성장한다.
여주 번장옥(전희미): 돼지 잡던 소녀에서 여장군까지
번장옥은 기존 고장극 여주들과는 다르게 설정부터 독특하다. 그녀는 도살 집안의 딸이고 실제로 돼지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힘도 엄청 세고 칼도 능숙하게 다룬다.
하지만 이 캐릭터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강함이 아니다. 번장옥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이라도 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사랑 앞에서도 솔직하고 직진하는 성격이다. 정의를 위해서는 전쟁터까지 뛰어드는 용기가 있다. 이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캐릭터다.
그래서 초반에는 생활력 강한 민초 캐릭터였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전쟁을 이끄는 여장군으로 성장한다.
특히 전희미는 이 캐릭터의 당당함과 인간적인 면을 동시에 잘 표현한다. 거친 삶을 살아온 인물인데도 사랑 앞에서는 수줍고, 또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강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서브 캐릭터: 정치와 사랑이 얽힌 인물들
• 제민(등개)X유천천(공설아)
제민X유천천의 관계는 사정X번장옥의 사랑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번장옥과 사정이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랑이라면 이들의 관계는 집착과 통제에 가까운 위험한 사랑이다.
제민은 권력을 위해 친아들조차 죽이려 할 정도로 무엇이든 하는 위험한 인물이지만 유천천에게만큼은 절대적이다. 제민에게 가장 두려운 건 천천의 죽음이고, 그녀를 잃는 것이다. 하지만 천천은 끝내 제민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결국 그의 결말은 비극적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드러나는 감정과 성장배경 때문에 단순한 악역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유천천에게 광적인 집착의 끝판을 보여준 등개의 미친 연기는 제민이란 캐릭터에 연민을 갖게 만들 정도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앞으로 장편에서 주연을 맡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 공손은(이경)X장공주 제수(유종려)
공손은X장공주 커플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쉽게 이어질 수 없는 관계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은 분명하다. 이 커플은 전체적으로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 숨 쉴 틈 같은 로맨스를 만들어준다.
• 위엄(엄흘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위엄이다. 처음에는 절대 악역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과거와 선택이 드러난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황실 권력에 이용당하며 결국 괴물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이 캐릭터 덕분에 드라마는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비극적인 역사 이야기로 확장된다.
시청 포인트: '축옥: 옥을 찾아서'가 재밌는 이유
① 압도적인 비주얼 케미다. 장릉혁X전희미의 조합은 정말 강력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로맨스 서사가 완성될 정도다.
② 빠른 전개다. 많은 중국 드라마가 초반에 느리다는 평을 듣는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사건이 이어져 몰입이 쉽다.
③ 영상미와 연출이다. 증경걸 감독 특유의 미장센 덕분에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다. 특히 배우들 얼굴을 더욱 수려하게 잘 살려내는 걸로 유명한지라 장릉혁과 전희미를 비롯한 등개, 공설아, 임호, 이경, 유종려, 임목연 등의 매력을 최상으로 이끌어 낸다.
하지만 증경걸 감독의 역사 의식은 너무 아쉽다. ‘허안: 가면의 여자(2022)’와 ‘구중자(2024)’에서도 그랬지만 '축옥'에서도 동정과 망건을 등장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명확한 동북공정이다. 여기에 사정의 매를 ‘해동청’이라고 언급하는 것 또한 동북공정이다.
④ 로맨스와 정치 서사의 균형이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 권력, 복수, 성장이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로맨스 팬뿐 아니라 고장극이나 정치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결론: 생각보다 훨씬 깊은 로맨스 고장극
‘축옥: 옥을 찾아서(逐玉 | Pursuit of Jade)’ 1회를 보기 시작할 때만 해도 ‘또 하나의 비주얼 로맨스 고장극이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번 다음회를 목빠지게 기다릴 정도로 눈호강뿐만 아니라 서사도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쟁과 정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가짜 결혼으로 시작한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구원하는 존재가 되는 과정이며,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누군가를 선택하고 끝까지 지키려는 이야기다. 서브 커플들만의 서사 또한 외전으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깊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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