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현실에서 판타지로, 평범한 회사원의 운명 뒤집기
2024년 11월, WeTV에서 방영한 24부작 판타지 로맨스 고장극 ‘영야성하’는 흔한 타임슬립물 같지만 실제로는 현실 도피와 자아 발견을 절묘하게 엮은 드라마다.
현대의 평범한 직장인 능묘묘(우서흔)는 최애 작가 ‘부주’의 소설 ‘착요(捉妖)’의 결말에 실망해 악플을 단 순간, 그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눈을 떠보니 자신이 욕하던 바로 그 소설 속 악녀 '임우'로 빙의해 있다. 이제 묘묘는 악녀 ‘임우’의 몸을 빌려 살아가야 한다. 시스템은 냉정하게 “남주 모성(정우혜)의 호감도를 100%로 만들어라.”라는 임무를 내린다.
하지만 시작은 최악이다. 모성의 묘묘에 대한 호감도는 -200%이기 때문이다. 까칠하고 냉소적인 반인반요 남주에게 호감을 얻는 일은 말 그대로 지옥 난이도의 ‘게임’이다.
이야기의 초반부는 게임 시스템처럼 진행되는 미션 구조와 묘묘의 코믹한 내레이션이 돋보인다. “이건 분명 예산이 부족한 CG야!” 같은 그녀의 셀프 디스 멘트가 웃음을 자아내며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유쾌하게 허문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한 여자의 진심이 숨겨져 있다. 묘묘의 모험은 단순한 로맨스 게임이 아닌 자신의 진짜 욕망과 상처를 마주하는 여정이다.
까칠남 모성, 그리고 마음을 훔치는 묘묘
냉정하고 경계심 많은 까칠남 모성(정우혜)은 출생의 비밀로 인해 세상과 자신 모두를 의심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모성에게는 누나 모요(축서단)만이 유일한 가족이자 버팀목이다.
처음에 묘묘(우서흔)를 적대하던 모성은 인간과 요괴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오는 묘묘를 통해 점차 변화한다. 그는 묘묘를 통해 세상에 또 다른 ‘연결’이 가능하다는 걸 배워간다.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정우혜는 이런 모성의 복잡한 내면을 ‘눈빛 하나로’ 표현한다. 차가움 뒤에 숨은 외로움,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함이 그의 연기를 통해 완성된다. 모성은 그야말로 정우혜의 인생 캐릭터라 부를만 하다.
불꽃 튀는 케미, 단 한 장면도 지루하지 않다
우서흔X정우혜는 이전작 ‘월광변주곡(2021)’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이미 익숙한 호흡 위에 쌓인 새로운 케미는 ‘이 정도면 진짜 연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있다.
묘묘의 장난기 넘치는 애정 공세와 모성의 츤데레식 반응이 만들어내는 대화는 매 장면이 밈이 될 만큼 웃기고 달콤하다. 입맞춤 한 번 없이도 감정선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이들의 관계는 육체보다 감정의 교감에 초점을 둔 로맨스다.
서브 커플과 부드럽게 엮인 세계관
‘영야성하’의 강점은 조연들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그린 점이다.
• 모요(축서단)X류불의(양사택)
모성의 누나 모요(축서단)와 그녀를 따르는 착요사 류불의(양사택)는 서로에게 끌리지만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감정을 억누른다. 그들의 절제된 사랑은 메인 커플의 풋풋함과 대비되며 드라마의 감정선을 더욱 깊게 만든다.
• 취취(노우호), 노죽청청(차보라)
죽순 요괴 취취(노우호)와 그의 할아버지 노죽청청(차보라)은 따뜻한 웃음을 주는 존재다. 겁 많지만 용감한 취취는 극의 숨통을 틔우는 ‘순수한 정의감’을 상징한다. 이런 소소한 캐릭터들이 쌓아올린 서브 서사는 결국 ‘모두가 누군가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완성한다.
• 조약실(비계명)
능묘묘에게 반한 서브남주 조약실(비계명)은 진정으로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그린 플래그' 남자다. 묘묘를 향한 사랑보다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는 모습은 흔한 삼각관계를 깨는 신선한 설정이다.
사랑,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힘
‘영야성하’가 끝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 하나다. '사랑은 타인을 구원하기 전에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모성은 반인반요라는 출생의 굴레를 통해, 작가 부주의 또 다른 자아로서 자신을 마주한다. 묘묘를 통해 희망을 배우고, 묘묘는 그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현실로 돌아온 묘묘는 모든 것을 꿈이라 여기지만 그 꿈은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소설 속 부주(=모성)는 묘묘를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된다. 이처럼 ‘영야성하’는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찾아가는 치유 서사다.
화려한 비주얼과 디테일, 그리고 완성도 높은 연출
‘영야성하’는 CG, 의상, 음악 모두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의상은 캐릭터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완벽히 구현한다. 묘묘의 머리 장식은 꽃과 술 장식으로 그녀의 발랄함을 상징한다. 모요의 의상은 절제된 우아함으로 그녀의 책임감을 상징한다.
전투 장면과 요력 표현 역시 세련된 CG 덕분에 몰입도를 높인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하늘 계단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詩)처럼 아름답다.
OST 또한 좋다. 특히 정우혜가 부른 삽입곡 ‘니지우아(你之于我)’는 팬들 사이에서 ‘영야성하의 심장’이라 불린다.
엔딩 논란, 그러나 완벽한 마무리
엔딩은 호불호가 갈린다. 물리적 재회가 아닌 감정적 여운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것이야말로 이야기의 완전한 순환이다.
모성과 묘묘의 사랑은 현실을 넘어선 정신적 연결로 완성된다. 사랑은 만남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계속 자란다는 메시지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묘묘가 작가 부주(정우혜)의 신작 출판회에 나타나며 두 사람이 다시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총평: 웃음, 감동, 철학이 모두 담긴 완성형 판타지 로맨스
‘영야성하(永夜星河 | Love Game in Eastern Fantasy)’는 단순한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다. ‘사랑과 자아를 구원하는 성장기’이자 ‘현실을 버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서흔의 러블리한 연기, 정우혜의 깊은 눈빛, 축서단·양사택의 절제된 조연 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웃기고, 설레고, 가끔은 눈물 나는 이 드라마는 소설 속 인물 빙의라는 판타지의 틀 안에서 새로운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완벽한 몰입을, 현실에 지친 사람에게는 한 줄기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영야성하’는 단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사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춰주는 별빛 같은 사랑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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